퇴직연금 제도는 2005년 12월 시행 이후 어느덧 20년을 맞았습니다.

그런데 최근 국회 토론회에서 “퇴직연금이 노후소득 보장이라는 본래 역할을 사실상 잃었다”는 비판이 공개적으로 제기됐습니다.
핵심은 간단합니다. 수익률은 낮고, 수수료는 높고, 구조는 바꾸기 어렵다는 것.
이번 글에서는 논의된 문제점과 대안(기금형 전환)을 정보형으로 정리해보겠습니다.
1) 숫자로 보는 ‘퇴직연금 20년 성적표’
토론회 발제를 맡은 정창률 단국대 교수는 **퇴직연금의 20년 누적 수익률이 2.07%**에 불과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같은 기간 평균 물가상승률(2.3%)보다 낮은 수준이라,
단순히 말해 “시간이 지나며 돈의 구매력이 오히려 깎였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비교 지표도 제시됐는데, 국민연금은 같은 기간 6.82% 수익률을 기록해 격차가 더 도드라진다는 주장입니다.
포인트: “운용이 잘 됐다/못 됐다”를 떠나 물가도 못 따라가면 노후자금의 실질가치가 줄어든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2) 왜 이런 결과가 나왔나: 계약형 구조의 한계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지목한 원인은 ‘계약형’ 중심 구조입니다.
지금은 기업(또는 근로자)이 금융사와 계약을 맺고 상품을 골라 운용하는 방식이 많습니다.
이 구조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지점은 크게 3가지로 정리됩니다.
- 원리금보장형 쏠림(90% 이상)
퇴직연금 자산의 대부분이 원리금보장형에 묶여 낮은 수익률로 굳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 의사결정의 공백
기업 담당자는 “손실이 나면 책임”이 부담돼 위험자산을 선택할 유인이 약하고, 개인은 전문성이 부족한 상태에서 사실상 투자 결정을 떠안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자산이 ‘방치’되기 쉬운 구조라는 지적입니다. - 중도 인출의 악순환
주택 구입 등 사유로 중도 인출이 반복되면, 은퇴 시점에 남는 자산이 줄어 노후소득 보장이 약해집니다.
3) 대안으로 나온 ‘기금형 퇴직연금’이란?
이번 논의의 핵심 해법은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입니다.
기금형은 개별 계약이 아니라
노사+전문가가 참여하는 수탁법인(이사회)이 중심이 되어,
전문가에게 집합적으로 투자를 맡기는 방식입니다.
말해 “각자 알아서”가 아니라 “한데 모아 전문적으로 굴리는” 구조에 가깝습니다.
기금형이 기대를 받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규모의 경제로 수수료·운영비를 낮출 여지
- 분산투자 및 장기투자로 수익률 개선 가능성
- 개인에게 과도하게 전가된 투자 부담을 구조적으로 완화
4) 해외 사례: 덴마크·영국은 어떻게 하나
토론회에서는 해외 사례도 언급됐습니다.
- 덴마크: 비영리 조직이 운영하는 퇴직연금 체계로 연간 운영 비용을 0.32% 수준으로 낮추면서 안정적 수익을 낸다는 설명이 나왔습니다.
- 영국: 노사가 협력해 투자 위험을 나누는 집합적 확정기여형(CDC) 모델로 개인 부담을 줄이는 방향을 실험·확대하고 있다는 소개가 이어졌습니다.
5) “국민연금 운용역량을 퇴직연금에 빌려 쓰자” 제안
이번 토론회에서 특히 주목받은 제안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운용 역량을 퇴직연금에 접목하자는 방향입니다.
남찬섭 동아대 교수는 “노사가 운영을 담당하되,
실제 자산 운용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 위탁”하는 모델을 제시했습니다.
논리는 명확합니다. 낮은 수수료 + 검증된 운용 역량 + 장기 포트폴리오를 활용하면 성과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비슷한 공적 기금 방식 사례로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 ‘푸른씨앗’도 언급됐습니다.
통합 운용을 통해 4년 만에 누적 수익률 26%를 돌파했다는 점이 근거로 제시됐습니다.
6) 사각지대: 단기·플랫폼·특고를 어떻게 담을까
제도 밖에 남아 있는 노동자 문제도 큰 과제로 꼽혔습니다.
한국노총은 1년 미만 단기 근로자, 플랫폼 노동자, 특수고용직까지 퇴직연금 제도 안으로 포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를 위해 ‘퇴직연금관리공단’ 신설 같은 공적 관리체계를 만들자는 청사진도 함께 제시됐습니다.

정리:
퇴직연금은 ‘금융상품’이 아니라 ‘노후소득 장치’
이번 토론회에서 나온 결론은 한 방향으로 모입니다.
퇴직연금을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사회보장 장치로 보고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
기금형 전환, 운용 주체의 전문화, 수수료 구조 개선, 사각지대 해소가 실제 입법과 제도로 이어질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